엔도 슈사쿠의 동물기
엔도 슈사쿠의 동물기
  • 저자 : 엔도 슈사쿠
  • 출판사 : 정은문고
  • 발행연도 : 2018
  • ISBN : 9791185153216
  • 자료실 : [분당]문헌정보실
  • 청구기호 : 비치예정
 엔도 슈사쿠’하면 종교적 문제를 묵직하게 다룬 <침묵> <깊은 강> 의 저자로 기억하고 있는데 핑크빛 표지의 가벼운 에세이를 만났다. 책의 날개를 펼치고 그가 그인가 확인한다. 인간 내면의 신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지는 갈등을 정교한 필치로 쓰던 그가 이렇게 갸벼운 문체로 동물과의 따뜻한 교감에 대한 이야기를 에세이로 펴낸 게 놀라웠다.
 책은 제목처럼 개와 고양이, 원숭이, 너구리, 구관조 등이 등장한다. 그 동물들은 주인공이 혼자 남겨졌거나, 병중에 있을 때 사람에게 내어놓지 못한 마음을 나눈 대상이다. 그들과 헤어진 날이 왔을 때의 슬픔을 쓴 문장이 책의 여러 부분에 있다
우리 집 흰둥이는 ’앉아‘는 하지 않았다. 그 개는 열네 해 넘게 살면서 내 마음 을 달래주다가 마당의 코스모스밭 속에서 죽음을 맞았다. 참으로 개다운 잡종 견이었다.’
 개의 훈련은 개를 위한 것이 아니므로 한 번도 하지 않았다는 말에서 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태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책 전반에서 그의 겸손한 내면을 읽을 수 있는데 프랑스 리옹에서 외로웠던 그의 마음을 나누던 우리 안의 털 빠진 원숭이가 어느 날부터 자신만 보면 입술을 떠는 일에 대해 ‘인간 여자에게조차 사랑받는 일이 딱히 없는 내가 암컷 원숭이에게 사랑받다니’ 하며 원숭이와 자신의 쓸쓸함을 동일시하는 마음을 읽게 된다.
 그는 평생 병치레를 했으며 여러 번의 큰 수술도 많이 받았다. 책 전반에 깃든 유머러스가 죽음과 삶을 넘나드는 경계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죽음을 가벼이 희화화해서 말하는 부분들이 많이 있다.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위로받을 무언가를 찾게 될 때 이 책을 펼치게 되면 어느새 마음이 평안해진다. 새삼 문학에서는 문체가 전부라는 말을 생각해보게 된다, 문체가 곧 그 사람이라는 말도 생각해보게 된다.
(작성자: 자원봉사자 박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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