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목욕탕 에세이. 책 이름을 들었을 때는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지만 얇은 책을 집어든 순간부터 웃음이 나왔다. 20년 전만해도 동네에서 자주 봤던 목욕탕 굴뚝 그림과 목욕탕에서 목욕을 마치고 먹었던 바나나 우유, 사물함 키, 저울 등등의 그림을 보니 그때의 추억이 새록새록 돋아난다. 내가 선택한 자리에서 소심하게 목욕을 하고 탕에 있다가 나오는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책을 읽어보니 목욕탕의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많이 있었다.
목욕은 몸의 때와 함께 피로도 같이 씻는 일이다. 그래서 마음이 우중충할 때는 목욕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깨끗한 기분으로 다시 일상에 돌아올 수 있으니까. 작가에게 목욕탕은 단지 목욕을 하는 곳이 아니라 마음의 안정을 찾고 힘을 얻어가는 곳이다. 일에 치일 때에는 일을 끝내고 목욕탕 갈 생각으로 버틴다. 그러고 보면 목욕탕은 작가의 안식처가 아닐까. 작가가 목욕탕에서 피로를 녹이는 모습을 이야기할 때는 나도 노곤노곤해지면서 따뜻한 기운이 느껴진다.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세신사, 때를 미는 사람에 관한 이야기다. 그 중 스타워즈의 요다를 연상시키는 세신사 분을 소개하는데, 그 분의 손길이 닿으면 기가 막히게 안 아프면서 시원하고, 마사지를 받으면 동남아에서 마사지를 받는 기분이 든다고 한다. 그 기분은 어떤걸까. 갑자기 몸이 간지러워지면서 그 분을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코로나로 목욕탕 가기가 두려운 지금, 머리만으로라도 목욕탕을 갔다오니 마음이 편안하다. 코로나가 끝나면 목욕탕으로 달려가야겠다. 이 책을 읽고 예전에 목욕탕에 갔던 기억을 되살리면서 마음을 뽀얗게 만들어 보는 건 어떨지 권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