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철학책인가, 일상에 관한 에세이 책인가. 철학이라고 하기에는 우리의 삶과 가까워 친근하게 느껴지고, 에세이라고 하기에는 심오하여 무게감이 느껴진다. 장 그르니에의 책 ‘일상적인 삶'은 일상적인 것을 통해 철학적 사색을 담은 책이다. 여행, 산책, 포도주, 담배, 비밀, 침묵, 독서, 수면, 고독, 향수, 정오, 자정이라는 12가지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그의 표현은 무릎을 탁 치게 만든다. “여행의 기원과 궁극적인 목적은 여행을 무효화하는 것이다.” 그렇다. 여행이란 결국 돌아오기 위해 떠나는 것이다. “도서관이나 서재는 나에게도 하나의 피난처였다. 책으로 꽉 들어찬 벽들이 나를 둘러싸서 보호해 주던 그 순간 세상의 그 무엇도 나를 공격하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았었다.” 해결할 수 없을 것 같은 문제 앞에서 독서를 하던 나의 모습은 도피였구나.
공부, 취업, 승진 등 계속 달리라고 하는 기류 안에서 사람들은 평균이라도 되기 위해 쉴 틈이 없다. 그나마 약간의 시간이 생기면 손에 핸드폰을 놓지 않고 미디어의 늪에 빠진다. 자신에 대해 생각할 시간이 없다. 그들에게 이 책을 선물하고 싶다. 이 책을 통해 일상의 가치, 심오한 의미를 생각하고, 자신에 대해 더 잘 알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
작가는 다양한 사람들을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다. 플라톤에서 장 그르니에의 제자 카뮈까지 철학자와 작가들 특히 프랑스의 인물들도 많이 만날 수 있다.
잘 쓴 문장이 무엇인지 궁금할 때, 표현 하나 놓치고 싶지 않은 글이 무엇인지 알고 싶을 때 이 책을 추천한다. 이 책을 읽으면 장 그르니에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어질거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