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동물원에 가는 것을 좋아했다. 평소에는 볼 수 없었던, 책에서만 볼 수 있는 동물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맹수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인기가 많다. 맹수 우리의 튼튼한 쇠창살은 인간의 안전을 위해 너무나 당연한 조치였다.

시간이 흘러 아이들과 함께 방문한 동물원은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변한 것은 없었지만, 아니 오히려 더 세련되고 동물들에게 더 좋은 환경이 된 것처럼 보였지만, 우리 안에 동물의 표정이 눈에 들어왔다. 동물들의 표정이라고? 착각이라고 생각했지만 잘못 본 것이 아니었다.

책의 모든 페이지가 동물들의 목소리로 채워져 있다. 그들의 입장에서 서로에게 하는 조언이나 체념이 담담하게 담겨있다. 그 한 마디 한 마디가 읽는 내내 가슴을 파고들었다.

‘아주 작은 기대도 하지 마세요. 동물원의 열쇠를 가져다주는 이는 지금껏 만나지 못했으니까요.’

책의 그림을 그린 작가는 하얀 뱀이 죽은 채 신문지에 싸여 버려지는 것을 보고 미안한 마음을 이 책에 담았다고 했다. 그 슬픔과 안타까움을 고스란히 그림에서도 느낄 수 있다.

인간을 위한 쇠창살은 동물들에게는 어떠할까? 동물원에 갇힌 동물들을 보며 웃는 인간의 표정과 동물의 표정은 어떻게 다를까? 이제는 이런 질문을 생각해 봐야 할 때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