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사람들은 맛있거나, 예쁘거나, 하다못해 약으로 쓸 수 있는 식물 외에는 더이상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아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21세기가 단순한 과거가 아니라 더스트 시대 이전의 시간이 되어버린 어느 한 시대 속에서 주인공인 아영은 더스트생태연구센터의 연구원이었다. 그리고 어느 때와 같은 평범한 하루를 보내던 어느 날, 산림청으로부터 한 의뢰를 받게 된다. 강원도 해월에서 이상 증식을 하고 있는 한 번성종 식물 모스바나가 이상 증식을 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맛있지도 않고, 예쁘지도 않고, 약으로도 못 쓸 유해 잡초에 대해서 아영은 처음에 일반적인 관심 이상을 가지지 않았으나, 자연적으로 존재했다기에는 너무 군더더기 없는 모스바나의 유전체, 해월의 기괴함과 ‘발광현상’을 목격했다는 증언은 아영의 과거의 기억 한 자락을 불러일으켰다. 무성한 덩굴식물과 푸른 빛. 아영은 분명히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어린 시절에, 이희수의 정원에서.
“더스트가 사라지면, 대니의 특별 전시회를 열 거야. 저건 역사적으로도 아주 가치 있는 그림들일 거야. 그러니까, 이 시대에도 불행한 일들만 있지는 않았다는 걸 사람들도 알게 되겠지. 우리에게도 일상이, 평범한 삶이 있었다는 거 말이야.”
나오미와 아마라는 더스트 시대를 살아가고 있었고, 더스트 이전처럼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소문 속의 도피처라는 프림 빌리지를 줄곧 찾았다. 그리고 아주 괴로운 우여곡절 끝에 그들은 어느 한 온실 공동체에 도착했다. 혼돈의 시대 속에서도 자기가 공동체에서 맡은 일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들, 기계 정비사이자 리더인 지수, 그리고 온실의 주인이자 이 도피처의 시스템을 지탱하는 하는 레이첼. 그들과 함께하는 생활은 좋았다. 분명히 언젠가는 떠나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잊을 정도로 그 공동체는 나오미와 아마라가 겪거나 스쳐 지났던 여타 공동체와는 다르게 안전하다고 느껴질 요소가 충분한 공동체였다. 더스트를 어느 덩굴식물이 막기 전의 일이었다.
“우리만이 아니었군요. 모두가 잊지 않았어요.”
“맞아요. 당신들이 약속을 지켰고, 세계를 구한 거예요.”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가 절묘하게 교차되면서, 모스바나에 대한 비밀에 관한 이야기가 점차 풀어져 가는 도중에 과거의 사람들과 미래의 사람들의 사이는 점차 견고해져 간다. 맛있지도, 예쁘지도. 그렇다고 하다못해 약으로도 쓸 수 없는 식물인 모스바나는 과거를 현재로 기꺼이 이어주었던 열쇠였고, 프림빌리지라는 곳에 살았던 사람들의 삶의 흔적이었다. ‘지구 끝의 온실’은 지구 끝의 온실이었던 그곳에서 살았던 사람들의 삶의 흔적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 삶의 흔적이 아주 평범해 보이고 특별한 식물을 통해 우리에게 다가온다.
(작성자 : 시민서평단원 한고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