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남산에 올라 그 아래 수많은 집을 보며 ‘내 집은 어디에 있을까?’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집을 소재로 한 표제작 「타인의 집」의 이야기는 코미디처럼 웃기는 한편 씁쓸하다. 주인공은 세입자 면접을 통해 아파트 전셋집 셰어하우스에 불법 월세 입주자로 들어간다. 오직 나만 사용할 수 있는 화장실이 있는 방을 얻은 것에 만족해 하며 지내는 중 원래의 집주인이 방문한다는 예고에 동거인들과 현 상황을 감추기 위해 연극을 계획한다. 하지만 집주인의 한마디 말은 그들의 안락함을 깨고 만다. 내 집이 아닌 타인의 집일 뿐이다. SF나 서스펜스 분위기의 다양한 이야기들이 8편 수록 되어있고 그 중 「상자 속의 남자」는 『아몬드』의 외전 격이라 더 눈길을 끈다. 작가 손원평의 첫 번째 소설집이라는 것만으로도 추천하는 도서이다.

추천: 사서 세리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