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절판되었다가 팟캐스트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에 소개되며 다시 출판된 책이다. 10편의 단편을 읽다보면 작가가 섬세하게 묘사하는 부분들이 그림의 한 장면처럼 강렬하게 다가온다.  
  <구멍>은 어린 시절 친구 틸이 쓰레기봉지를 맨홀에 빠뜨린 후 그것을 찾으러 구멍에 들어갔다가 죽게 된 이야기다. 그 일에 대한 나의 기억은 계속 변화한다. 내가 집으로 가던 길을 돌아섰을 때 이미 구멍으로 들어간 틸, 구멍 위에서 내려가는 틸을 지켜보는 나, 쓰레기봉지를 구멍 속에 빠뜨린 나, 틸에게 구멍으로 내려가보라고 부추기는 나. 진실은 나조차도 모른다. 내가 꾸는 꿈의 마지막은 내가 구멍 속으로 들어가고 틸은 살게 되는 것이다.
  앤드루 포터의 이야기는 순식간에 나를 그 상황에 밀어 넣고 그들의 어찌할 수 없는 마음에 공감하게 만든다.
“마치 평생토록 어떤 깊은 방식으로 그를 알아온 것처럼.”